그 공원을 다시 찾았다. 공원 중앙의 호수가 아주 넓고 깊던 곳, Y와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 채 오 분도 걸리지 않던 곳을 말이다. 지난여름 그와 살던 아파트에서 나온 후로 단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공원이다. 아직 우리가 함께 살던 그 여름의 마지막 날 Y는 내게 그것을 고백했고 나는 집을 나왔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한 오전이었다. 우리는 거실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아닐지도 모르겠고, 사실 기억이 많이 흐릿해졌다. 거실에서 그는 대뜸 내게 물고기 X가 이제는 없다고 말했다. 나는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그러면 어항 속 저 물고기는 뭔데? 그가 바로 대답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는 고개를 돌려 거실 창밖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대답했다. 물고기 X를 호수에 놓아주고 똑같은 물고기를 집 앞 마트에서 사 와 어항에 넣은 거라고 말이다. 일 년이 지난 아직도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창 너머의 호수 어딘가를 바라보는 장면만은 선명하다. 그 어떤 후회나 불안도 없는 깨끗한 옆모습. 그 후에 나는 어떻게 했더라. 나는 식탁 위 남은 내 몫의 커피를 모두 비웠을 것이다. 그리고 짐을 싸서 그 집, 이 공원과 동네를 나왔을 것이다. 그것이 이 동네에서의 내 마지막 기억이자 추억이라면 추억이다. 일 년 만에 찾은 호수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운동하는 사람부터 천천히 산책하는 사람 아니면 그저 이편에서 저편으로 가로질러 가기에 바쁜 가지각색의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동안 많은 게 변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무엇도 변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결국 바뀐 것은 없을지도 모르지. Y가 호수에 유기한 내 열대어 X에 대해 설명해보려고 한다. 그것은 몸통에 좁고 긴 무늬가 사선으로 길게 새겨진 푸른빛이 도는 열대어였다. 한 겨울, 대형 마트의 동물 코너에서 발견한 그것을 나는 어느새인가 손에 쥐고 있었다. 점원은 약간의 물과 함께 그것을 봉지에 담아주었다. 그러고는 설명했다. 어떻게 하면 물고기를 죽이지 않는지에 대한 방법을 말이다. 이것도 필요하고 그리고 저것도 필요하실 거예요. 물고기 값을 계산한 후에, 그것이 든 봉지를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엔 그것을 죽이지 않기 위해 필요한 용품들이 가득 든 큰 봉투를 어깨에 둘러메고 나는 그 공원을 통과해 걸었다. 그와 살던 아파트까지 가기 위해선 꼭 그 공원을 꼭 통과해야 했다. 마트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이 정도의 작은 생명은 책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내린 짧은 선택이었지만, 금세 나는 지치고 말 것이라고 말이다. 추운 겨울 집은 멀게만 느껴졌고 짐은 너무나도 무거웠다. 어쨌든 그 후로 나는 그의 거실에서 물고기를 키워냈다. Y는 그 파란 물고기에 X라는 이름도 지어주었다. 벌써 몇 해 전의 일이었다. 공원의 초입을 걸으며 X와 Y에 대해 다시금 생각했다. 그리고 내 앞에 펼쳐진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나는 손가락으로 하나씩 세기 시작했다. 넓은 호수는 많은 나무를 필요로 하는가. 호수를 테두리 친 나무들을 채 두 손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나는 내가 이곳을 찾은 이유에 대해 잘 알고 있는가. 일 년이나 지난 후였다. 그 후로 가끔 Y에게서 연락이 왔지만, 그저 짧은 안부 문자와 함께 그의 집에 내가 두고 온 나의 것이 아닌 물고기 사진 뿐이었다. 어느 날의 아침 Y가 문득 X의 어항을 바꾸겠다 선언했다. 그는 X가 든 어항을 통째로 들고는 집을 나섰고 그로부터 몇 시간 후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왔다. 물고기는 단기 기억만 있어서 어항을 갈아줄 필요도 없다나 봐. 자기가 갔던 길, 있었던 공간도 5분이 지나면 모두 잊어버려서 항상 새로운 세상이래, X에게는. 그가 손에 든 동그랗고 작은 어항은 바뀌지 않은 채였고, 그 안의 X는 바삐 헤엄쳤다. 샤워를 하겠다며 사라진 그가 두고 간 어항 속의 물고기를 나는 보았다. 그것은 분명 X가 아니었다. 조금 더 걸으면, Y가 말해준 곳이 나타날 것이다. 나는 지금 호수의 1/2 지점에 다다르고 있다. Y는 1년 전 이곳에서 X를 놓아주었다고 말했다. 이곳을 지금에서야 찾은 것은 아마 내가 두려웠기 때문이리라. X의 단기 기억에 관해 떠들어대며 Y는 사실 그것을 거대한 호수에 풀어주었다. 그리고는 비슷한 물고기를 사서 어항을 채웠다. X가 다른 물고기로 대체되었다는 사실을 눈치챈 후에 나는 어떻게 굴었더라. 평소와 같이 먹이를 주고 집을 치웠을 것이다. 아무것도 질문하지 않고 그 무엇도 바뀌지 않았다는 듯이 말이다. 호수에 쳐진 펜스 너머에서 얕은 물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짙은 녹색을 띤 물들이 오후의 햇살에 조금씩 반짝이고 있었다. 이곳이 분명했다. Y가 마지막으로 X를 꺼내 놓아준 곳. 마지막으로 X와 인사했다고 소리치던 곳. 나는 펜스에 가까이 다가간다. 높은 곳에서 매달리듯 내 몸통을 펜스에 기댄다. 매달려 탁한 물을 본다. 살피고 살펴도 어두운 녹조가 낀 물 그리고 그 안을 헤엄치는 살 찐 비단 잉어들 뿐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노력해서 찾도록 한다. 역시, 역시나 다행히도 X는 없다. 내가 이곳을 지금에서야 찾은 것은 비겁함 때문이었다. Y가 그것을 풀어준 이유를 끝끝내 묻지 않고 집을 나선 나였다. 하지만 결국 Y가 모든 것을 고백해버린 아침, 그것은 나의 비겁함이 폭로되는 순간이었고 나는 나의 비밀을 들킨 것이다. 사실 다행이라고. 그 물고기의 끝까지 함께하지 않을 수 있어서 Y에게는 고마운 기분까지 들었다고 말이다. 다시 이곳에 돌아온 까닭 또한 내가 X의 행방을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그 미지의 어딘가에 X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 틈이, 영원히 나를 도망갈 수 있게 허락하는 이 호수가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영원히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 무엇도 확인할 수 없는 상태로 말이다. 한시간의 짧은 호수 산책이 끝나간다. 펜스에 매달린 배 쪽이 당겨온다. 햇살이 지고 사람들이 다시금 왁자지껄 해진다.